李대통령, 美 의회연설서 6·25 참전 의원 이름 일일이 불러… 1분간 박수로 떠나갈 듯
"존 코니어스 의원, 찰스 랭글 의원, 샘 존슨 의원, 하워드 코블 의원…."13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연방하원 본회의장에서 여든을 넘은 이들 노(老)연방하원 의원들의 이름이 차례로 불리워지자, 회의장은 박수 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이들은 모두 61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들이다.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전쟁터로 향한 이들은 한반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고, '한국(Korea)'이라는 나라 이름도 처음 들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대한민국은 당시만 해도 세계 최빈국(最貧國)이었다. 참전 미국 용사들은 지금도 "당시엔 왜 우리가 이름도 모르는 이 나라에서 싸우고 죽어가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만큼 한국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했다. 미 2사단 소속이었던 랭글 의원은 포탄 파편을 등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중공군의 포위 공격을 받던 악몽에 잠을 깨곤 했다"고 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친 뒤 6·25 참전 의원들에게 다가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뒤에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찰스 랭글(왼팔에 서류뭉치를 든 이), 존 코니어스, 샘 존슨, 하워드 코블 의원이 이 대통령을 맞고 있다. /워싱턴=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이 대통령의 이날 상·하원 연설도 이런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러분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신의를 지켜나가고 있는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자리에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함께 하고 계신다. 존 코니어스(82) 의원, 찰스 랭글(81) 의원, 샘 존슨(81) 의원, 하워드 코블(80) 의원께 각별한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여든을 넘긴 노(老)하원의원 4명의 이름이 호명되기 시작하자 상·하원 의원 전원이 일어나 1분 넘게 박수를 쳤고, 노(老)하원의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과 미국이 61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