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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머니의 잠든 얼굴

청 송 2011. 10. 20. 08:51

어머니의 잠든 얼굴

어머니의 잠든 얼굴 : 손홍규의 로구인


오래전 수유리 통일의 집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어느 월간지의 객원기자 신분으로

취재차 가게 되었는데


미리 연락 했던 터라 시간에 맞춘다고 서두르니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을 했다.


하릴 없이 대문 앞에 섰다가

놀면 뭐하나 싶어 슬쩍 들어갔는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평온하기 이를 데 없었다.


책이 쌓인 작은 서재를 비롯해

모든 게 소박하고 정갈 했다.


그러다 문 열린 방을 지나쳤는데

박용길 장로가 돌아누운 채 잠든 걸 보았다.


나는 발소리를 죽여 통일의 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오래도록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이따금 목격하게 되는

어머니의 잠든 모습을

그처럼 불시에 목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나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마침내 내가 눈을 뜨면 말끔한 얼굴로

밥상을 내 앞에 놓아주었다.


그 시절에는

어머니의 바지런함을 무심히 넘겼으나

차츰 나이를 먹을수록 그 일의 어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들었는지를 확인한 뒤

고단한 몸을  뉘었다가

새벽 첫닭이 울면 소리도 없이 이부자리를 빠져나와

아궁이에 불을 지폈을 것이다.


불 그림자가 당신의 얼굴에서 고통스럽게 일렁였을 테고

따뜻한 밥물이 흐르는 가마솥을

행주로 훔치다 손을 데기도 했을 테다.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부지깽이 끝이 떨어져나가면

생의 한 토막이 그처럼 뚝 끊어진 듯

허전하기도 했을 것이며

잔손놀림에 간장 그릇이라도 넘어뜨리면

생을  엎지른 듯 못내 아파하기도 했을 것이다.


언젠가 떠나가고 말 어머니들,

이미 떠나버린 어머니들,

이처럼 떠나버린 뒤에야 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잠든 얼굴을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노동자의 어머니와 통일의 어머니...


                          소설가

 

불효자는 웁니다.

 

 

 



출처 : 소담엔카
글쓴이 : 아침호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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