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14 03:00
한국은 FTA 홍역 앓는데… 日 TPP 참가로 美·中 자유무역 전쟁 불붙어
美, TPP 전력투구 - "2014년까지 수출 두배" 목표
對中무역적자 해소가 급선무… 경제 포위망으로 中압박 나서
中 "TPP는 중국 견제용" - "동아시아 불안 키울 것" 비판
아세안+한중일 경제권 구상… 美에 맞서 주도권 확보 노려
"TPP는 결코 폐쇄적이지 않다. 관심을 가진 모든 나라에 문호가 열려 있다. 초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국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
12일(현지 시각) 하와이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미국과 중국이 '자유무역 경제권'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제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은 일본이 TPP 협상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자 TPP가 사실상 미·일의 '중국 견제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과 한·중·일 3국을 묶는 '아세안+3'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해온 중국은 일본의 TPP 참가 결정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이 한·미 FTA 국회 비준 문제를 놓고 내분을 벌이는 사이 미·중·일은 자국에 유리한 '자유무역 경제권'을 구성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TPP는 중국 견제용 비판
위젠화(兪建華) 중국 상무부 부장 조리(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TPP처럼 지역을 아우르는 기구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보완하는 것일 뿐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중국과 일본의 양자 간 FTA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이다. 중국 관영 국제선구도보의 쑹궈유(宋國友) 평론원은 "TPP는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의 주요 구성 부분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카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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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美정상, FTA 밀담 나누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하와이 호놀룰루 할레코아 호텔에서 열린 정상·영부인 공식만찬이 시작되기 직전 영접을 나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거부하면서“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FTA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문제를 논의해 결과를 갖고 오면 15일에 만나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 는 13일 두 정상의 대화 장면에 대해“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외교 관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일본 내에서도 노다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TPP 참가를 결정한 것은 수출 확대뿐 아니라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토 분쟁을 벌이는 '가상 적국'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미·일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미국도 "TPP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며 일본의 참가를 압박해왔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이 일본의 TPP 참여를 독려한 것은 지난 10년 테러와 전쟁을 벌이며 중동에 집중하는 사이 아·태 지역의 세력 판도가 중국 주도로 재편되어가자 이를 미·일 중심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경제 포위망 형성
미국이 TPP에 주력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내년 재선 전략과도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 회복을 위해 2014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미국 수출의 61%(2010년)를 차지하는 APEC 국가를 상대로 한 수출 확대가 핵심적이다.
특히 대중(對中) 무역적자 해소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작년 중국에서 3650억달러를 수입하고 920억달러를 수출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환율 조작·지적재산권 침해 등 중국식 무역 관행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TPP에 한국, 캐나다, 멕시코를 참여시켜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의 TPP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국이 결국 TPP에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참가시켜 중국 포위망을 형성한 후 궁극적으로 중국의 TPP 참여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중국의 TPP 참가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중국이 TPP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가는 중국의 참가 장벽이 높아져 나중에 많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한편 TPP 참가국인 미국·호주·싱가포르·칠레 등 9개국 정상은 하와이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TPP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9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TPP는 상품·서비스 등 무역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철폐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 TPP(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FTA(자유무역협정)가 두 나라 간 무역협정이라면 TPP는 일본·미국·호주 등 총 10개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10개국 중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GDP(국내총생산) 비중이 91%여서 사실상 미·일 FTA라는 평가도 있다. TPP가 실현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이 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