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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수녀

청 송 2012. 5. 10. 14:26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수녀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

 

이해인(李海仁 1945 ~ )은 수녀 시인이다. 이 아름다운 글을 쓰는 수도자의 시는 독자가 몰래 엿듣는 듯한 내밀한 고백과 같은, 서정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서정적이면서 명상적이다. 종교와 예술과 삶을 조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시인의 경건하면서도 정갈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욕심을 버리고 당신의 하늘을 날으게 하소서 라과 기원한다.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훨훨 푸른 하늘을 날으겠다고 서원한다. 나의 가난은 사랑을 위한 선택이기에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푸른 하늘같은 평화를 누리며, 욕심없는 새가 되어 인생길 떠나려는 나의 비상에 무개가 주는 슬픔은 없다는 시인의 앞날에 푸른 하늘만끔 맑고 찬란한 한 세생 있을지어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가 왜 시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지상의 모든 대상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고, 편지로서 만나고, 그리움으로서 만난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기도로서, 편지로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뒤틀린 언어로 뒤틀린 세계를 노래”한 시들이 줄 수 없는 “위안, 기쁨, 휴식, 평화”를 주기에 종파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그는 악기의 소리로 시를 쓴다. 우리를 불안해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감동으로 이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리듬에는 사기(邪氣)나 불화가 없다. 오묘한 화성의 조화,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평생을 죄지은 자, 상처받은 자들을 감싸 안아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사랑해온 수도자의 맑디맑은 영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경건하고 순결한 언어가 아닐런지.


출처 : 엔카 컴나라
글쓴이 : 瑞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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