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02 15:18 | 수정 : 2012.08.02 15:56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3·KT)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스포츠조선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金·金·金!’ 런던 올림픽 대회 5일 차인 1일(현지시각) 한국 대표팀이 사격·펜싱·유도 등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종합 3위(금 6·은 2·동 4)에 오르자, 당초 올림픽 목표였던 ‘10-10(3개 대회 연속 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권 진입)’ 가능성이 한층 밝아지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벌어진 박태환 실격 번복 사태와 잇따른 오심 논란으로 한국 대표팀은 다소 주춤하는 듯했지만 ‘숨은 진주’들의 맹활약으로 메달 획득 궤도에 본격 진입했다. 앞으로 ‘전통의 효자종목’인 태권도를 비롯해 양궁, 사격, 체조, 복싱, 역도 등 메달 예상 종목들이 많이 남아있어 당초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정 번복과 오심논란…대회 초반 ‘빼앗긴 메달’로 암울했던 한국한국 선수단의 당초 목표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같은 금메달 13개. 하지만 이동거리가 멀고 시차가 큰 유럽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를 10개로 하향조정한 상태였다.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은 대회 직전 “준비로만 따지면 금메달 10개가 아니라 13개, 15개라도 모자란다”고 강조할 만큼 대표팀의 사기는 충전됐었다. 초반 메달 레이스에서 최대 6개의 금메달을 따내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예정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사격에 출전한 진종오가 대회 시작 첫날 공기권총 10m에서 대표팀에 첫 금을 선사하면서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잇따른 오심과 판정 번복, 예상치 못한 부상이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실격 번복에 울며 은메달을 따냈고, 우승이 유력했던 세계랭킹 1위 왕기춘은 유도 남자 73㎏급에서 경기 중 양팔을 모두 다치는 불운에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왼쪽부터)판정 번복과 오심논란을 겪은 박태환, 조준호, 신아람. /스포츠조선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유도 남자 66㎏급의 조준호는 어이없는 판정 번복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돼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은 ‘멈춰버린 1초’ 때문에 결승 진출이 무산됐고 결국 3·4위 전에도 패했다. 펜싱의 희망 남현희는 여자 펜싱 플뢰레에서 4위에 머물렀고,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던 남자 양궁 단체도 일격을 당하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배드민턴에선 최악의 ‘고의 패배’ 논란에 휩싸이며 여자 복식에 출전한 4명이 동시에 실격되는 치욕의 사건까지 발생했다. 여자 양궁 단체가 ‘대회 7연패’라는 금자탑을 쌓고, 유도 81kg급 세계챔피언 김재범이 예상대로 금메달을 따냈지만 매일 반복되는 논란에 대표팀도 바람잘 날 없었다. ◇이제부터가 희망이다…‘깜짝 신예’ 돌풍에 이은 ‘전통 메달밭’까지 본격 금빛 레이스 대회 중반인 닷새째로 넘어가면서 한국이 미소를 되찾고 있다. ‘노장 투혼’ 송대남(유도 90kg급), ‘깜짝 신예’ 김장미(권총 25m), ‘미녀 검객’ 김지연(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이 잇따라 금메달을 따내고, 정진선(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이 동메달까지 보태며 대표팀은 한창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이젠 ‘메달밭’으로 꼽히는 ‘세계 최강’ 양궁과 태권도의 순서다. 여자 양궁 ‘에이스’이자 세계 랭킹 1위 기보배(2일)와 남자 양궁 세계신기록 보유자 임동현(3일)을 앞세워 개인전을 제패하겠다는 각오다. 7일 열리는 태권도의 차동민(남 80㎏)·이대훈(남 -63㎏)·황경선(여 -67㎏)·이인종(여 67㎏) 등 출전 선수 모두가 유력 금메달 후보다. 대표팀은 태권도에서 최소 2~3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자 사격의 진종오(5일)는 권총 50m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윙크 세리머니’로 누나들을 설레게 했던 배드민턴 이용대(5일)는 지난 대회 혼성 복식에 이어 이번엔 남자 복식에서 정재성과 팀을 이뤄 금메달을 노리고, 여자역도선 장미란(5일)이 75kg 이상급에서 애국가를 울리고자 한다. 새로운 스타 탄생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 남자 체조의 양학선(도마·6일)는 사상 첫 체조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이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 도쿄세계선수권 대회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근 세계선수권 대회선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일명 양1로)이란 고난도 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외에도 남자 복싱의 신종훈(5일) 레슬링의 정지현과 남현우(6일) 등이 금메달 주인공 후보로 꼽히고 있다. 뜻밖의 다크호스가 나타나 우리에게 금을 안겨줬고, 또 믿었던 금메달 후보 선수가 부상과 각종 불운이 겹쳐 안타까운 좌절을 했지만, 중·후반 이후 올림픽 레이스에서 ‘예상’대로만 진행된다면 금메달 15개도 바라볼 수 있다.
(왼쪽부터)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김장미, 김재범, 김지연. /스포츠조선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 100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줄 주인공은 누구?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의 캐치프레이즈를 ‘런던 to 런던’으로 잡았다. 1948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전했던 런던 올림픽의 감격을 재현하며 이번 대회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드높이겠다는 것이다. 더더군다나 대표팀의 메달 목표만 달성된다면 이번 대회서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동·하계 합쳐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총 14차례의 동·하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모두 9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 같이 금빛 질주가 이어진다면 폐막식 전날 열리는 태권도 결승에서 100번째 주인공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좀 더 빨리 가능하다면 양학선이나 진종오, 장미란의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이번 대회 직전 스포츠 통계회사의 메달 집계 시스템을 통해 한국이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10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여건과 인구 등을 중심으로 특색있게 분석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런던올림픽 예상 순위는 한국이 금 10개를 포함해 총 31개의 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22개 종목에 선수 245명을 포함한 총 374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