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北, 패럴림픽 사상 첫 출전

청 송 2012. 8. 31. 09:40

 

北, 패럴림픽 사상 첫 출전

입력 : 2012.08.31 03:07 | 수정 : 2012.08.31 04:43

선수단 24명 중 실제 경기 출전 선수는 1명
리분희 장애자체육협 서기장, 뇌성마비 아들 키워

런던패럴림픽에 참가한 북한의 유일한 출전 선수인 림주성이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패럴림픽 개막식. 164개 참가국 중 39번째로 북한 선수단이 인공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1960년 패럴림픽이 처음 열린 지 52년 만에 북한이 사상 첫 출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선수단을 맨 앞에서 이끄는 기수는 휠체어를 탄 소년이었다. 북한 선수단 24명 중 유일하게 실제 경기에 출전하는 수영 선수 림주성(17)이다. 그는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도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인공기를 흔들었다. 다음 달 4일 수영 남자 자유형 S6(지체 장애 10개 등급 중 여섯째·1등급이 가장 중증) 50m에 출전하는 림주성은 지난 27일 북한 선수단의 선수촌 입촌식에서도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환한 얼굴로 답하며 영어로 "파이팅"을 외쳐 눈길을 끌었다.

북한 선수단의 패럴림픽 출전을 지원한 사단법인 푸른나무 관계자에 따르면 림주성은 중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 베이징에 살면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어린 시절 피아노 실력이 뛰어나 '신동'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에 살던 다섯 살 때 공사장에서 놀다가 사고를 당해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고 오른쪽 다리도 크게 다쳤다. 수영을 해 본 적이 없어 지난 5월 초 중국 베이징 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단과 함께 전지훈련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물에 뜨지 못했다고 한다.

5월 중순 런던패럴림픽 조직위 측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장애 등급을 공인받은 북한 선수에게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주기로 결정하면서 림주성은 개인 코치와 함께 맹훈련에 들어갔다. 원래 북한 선수단은 4종목에 선수 6명을 출전시키려 했으나 시일이 촉박해 다른 종목은 출전이 무산됐고 수영에서만 자격을 얻었다. 림주성은 6월 말 독일에서 열린 국제수영대회에 출전해 3종목에서 10위 안에 들며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한국선수단 입장… 30일(한국 시각) 런던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선수단이 164개 참가국 중 121번째로 입장하고 있다. 기수는 2008 베이징패럴림픽 육상 400m 계주 동메달리스트인 김규대. /AP 연합뉴스

림주성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단 23명 중에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초청으로 경기를 참관하기 위해 온 탁구, 역도, 휠체어 마라톤 선수 4명이 포함돼 있다.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 부위원장인 김문철 선수단장, 1991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우승의 주역인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도 있다. 1998년부터 북한 장애인 지원 사업을 맡아온 미국 국적의 신영순(미국 이름 수 킨슬러) 푸른나무 본부장도 선수단의 공식 일원으로 동행했다. 국제 법인으로 활동하는 NGO 푸른나무는 선수단 전원의 중국 전지훈련과 패럴림픽 참가비용을 지원했다.

푸른나무는 2007년부터 북한에 장애인 체육용품과 기자재를 보냈고 2010년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리분희 서기장 등 북한 체육계 인사들을 초청해 참관하도록 했다. 뇌성마비 아들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진 리분희 서기장은 이후 장애인탁구단을 만들었고 지난해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설립에도 앞장섰다. 북한은 지난해 말 IPC 준회원국이 됐다.

북한 선수단은 4일 림주성의 경기가 끝나면 5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신영순 본부장은 "북한 선수단이 다양한 경기를 직접 보면서 한국도 응원하고 다른 나라도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