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노태우 전대통령 회고록 요약

청 송 2011. 8. 18. 20:17

 

김영삼 - 모든게 권력 투쟁… 그를 오판했다
김대중 - 대단한 인물… 점차 총명함 흐려져
전두환 - 강한 우정… 생각 차이 어쩔 수 없어
김종필 - 30년 가까이 국정 몸 담아… 관록이 믿음직스러운 인물
이승만 - 54년 육사 방문했을 때 "여기가 어디지" 정신 흐려
고르바초프 - 머리가 영민하고 순발력… 착했지만 경제 너무 몰라

이승만 전 대통령=1954년 9월 이 대통령이 육사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옆의 국방장관에게 "여기가 어디지?"라고 묻는 등 정신이 맑지 못한 상태였다. 어린 마음에도 아찔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활동적 인물이었다. 우리는 우정과 동지애가 유난히 강했다. 그러나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 없게 됐다. 인식의 차이로 해서 전임자는 나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서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1992년 12월 21일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기 앞서 악수하는 모습. /구자호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회고록을 쓰면서 여러 번 자문했던 것은 '나는 왜 그(YS)의 인간됨과 역사관을 오판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취임 전 만나보니 그는 정치에서 쌍방 간에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1987년)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그는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고집도 보통 고집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YS는) 2년간 매주 만나다시피 했고 내 옆에서 국가 경영을 봐오기는 했지만 진지한 면보다는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이었다. 권력을 향해 하나에서 열까지 투쟁하는 자세가 변함없이 엿보이곤 했다. 그의 취임연설에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6공화국의 민주성마저 부인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한 자책감을 느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다른 야당 지도자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없는 난경(難境)을 겪어 오면서 얻은 경험이 몸에 배어 있었다. 관찰력이 예리한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한 대목도 놓치지 않았다.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의 총명함이 많이 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992년 대선 때) 김 총재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오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연민의 정마저 일었다.

1991년 7월 미국을 방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테니스를 함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선뉴스프레스 제공

김종필 전 총리=30년 가까이 국정에 몸담아 온 관록이 있어서인지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율곡사업과 관련해 이회창 당시 감사원장 역시 당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사 결과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의식해서인지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를 하던 1978년 박 전 대통령의 신년 가족 식사자리에 함께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날밤 1개를 집어 "이것 참 맛있겠구나"라며 큰 영애(근혜)에게 주었다. 그런데 근혜양이 받지 않았다. 순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자 옆에 앉았던 근영양이 "아버지 저 주세요" 하고 받아서는 입에 넣어 깨물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박 대통령이 참으로 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1년 4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방문,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정 전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와 "아파트를 평당 60만원에 지을 수 있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나 전 전 대통령을 만났더니 "내가 그 영감한테 속았다"고 하기에 나는 "빨리 아셔서 다행입니다" 하면서 그의 인간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머리가 영민하고 순발력이 있었으며 지혜로운 안목을 지닌 지도자였다. 무엇보다 착한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가 경제를 너무 몰랐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