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바라본 6·25 담은 논픽션
참전자 위주의 접근은 색다르지만 국제학계서 사라진 北侵說에 편향
"미국에 이겼다"는 승리사관도 여전
왕수쩡 지음|나진희·황선영 옮김
글항아리|1000쪽|4만원
이 책의 중국어 원제는 '朝鮮戰爭(조선전쟁)'이다.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통칭을 쓰지 않았으므로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은 1950년 6월 25일부터 중국 참전 전인 1950년 10월 19일까지는 조선내전(혹은 조선전쟁)이라고 하며 그 이후는 '항미원조'라고 분리해서 인식하므로 조선전쟁이라는 표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전쟁사가 주로 정치·군사적인 데 치중한 데 비해 이 논픽션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전쟁 연구가들이 1990년대 말 이후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쟁 경험'과도 코드를 맞출 수 있다. 일종의 민중주의적 접근이라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중국이 전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중국의 기존 연구나 공식 입장에서 크게 이탈되어 있지는 않다. 기대하는 것이 무리이겠지만 말이다.
일찍이 중국의 6·25 참전은 "스탈린의 수중에서 놀아나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실익을 침해한 대실수(mistake)였다"라고 1997년 중국 베이징대 양쿠이쑹(楊奎松) 교수가 평가했다. 저자 왕수쩡은 중국 정부가 어떤 이유로 참전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적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중국군 장병이 왜 만리타향에서 뜨거운 피를 뿌리고 귀중한 목숨을 바쳐야 했는지는 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얄궂은 운명을 애도하는 일종의 진혼곡이다.
- 1950년 9월 15일 국군과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작전을 계기로 전세가 역전된다.
구체적으로 개전을 묘사한 부분을 보면 해주만에서의 충돌을 맨 처음 단락에 주목해 북한의 '도발 받은 정의의 반공격전' 시나리오를 연상하게도 만든다. 이는 옹진반도에서의 북침에 반격해 전쟁이 발발했다는, 지금은 국제학계에서 사라진 북침설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논픽션에서 모든 것이 사실에 토대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서방세계의 통설을 염두에 두지 않는 부분은 전쟁을 통해 싸운 일방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라고 할 것이다. 강대국의 점령과 짓밟힘에 시달린 한국 역사의 주제는 시종일관 전쟁이었다는 해석(28쪽)은 문화 강국 한국의 역사를 애써 무시하는 대국 중국의 중화주의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오류도 많이 발견된다. 한국을 울퉁불퉁해서(산악이 많아서)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든가 두 명의 대위(대령의 오식으로 추정됨)가 38선을 그었다든가 하는 부분은 왜곡의 압권이다.
다만 각기 다른 신분의 참전자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구성한 역사적 기억을 재현하려고 노력했기에 균형을 잡으려고 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
미국 자료까지 포함한 다국 자료를 활용해 상상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이거나 배제하려고 노력한 논픽션 작성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공식 문건에 주로 의존했던 관계로 전쟁을 보는 시각에서는 아직 대한민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이점이 한·중 양국의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차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