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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 모음

청 송 2015. 9. 19. 08:38

9월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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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9월은/서정윤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짙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직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은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램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

 

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

순간 변하는

조화롭지 못한 얼굴이지만

하늘 열매를 달고

보듬으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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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헤세 

정원이 슬퍼한다

꽃송이 속으로 빗방울이 차갑게 스며든다

임종을 향하여

여름이 가만히 몸을 움츠린다

 

높은 아카시아나무에서

잎이 황금빛으로 바래져 하나씩 떨어진다

죽어 가는 정원의 꿈 속에서

여름은 놀라고 지쳐 웃음 짓는다

 

여름은 아직도 장미 곁에

한참을 머물며 위안을 찾다가

그 크고 지친 눈을

조용히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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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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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이틀/류시화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까지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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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정오/헤세

푸른 날이 머물러 있다

한 시간 동안 휴식이라는 언덕 위에

그 빛은 모든 사물을 감싸 안고 있다

꿈속에서 보이는 듯한 모습으로

그림자 없이 세계는

푸른빛과 황금빛 속에서 고요히 흔들려

높은 향기와 무르익은 평화에 잠긴 채 펼쳐져 있다

 

ㅡ 이 모습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ㅡ

 

네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황금빛 시각이

그 가벼운 꿈에서 깨어나고

더 고요히 웃음 짓는 동안, 더 창백해지고

더 서늘해진다, 돌고 있는 태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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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 속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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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 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 세라
그리워 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그리워 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엄마가 그리워 진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들 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 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 세라 사랑 땜에 아파할 세라
그리워 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그리워 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엄마가 그리워 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 하는 울엄마가 그리워 진다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엄마가 보고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