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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가축들 백골 천지, 지옥을 보았다. 그곳은…"

청 송 2012. 2. 28. 09:38

 

"숲 속에 가축들 백골 천지, 지옥을 보았다. 그곳은…"

입력 : 2012.02.28 03:04

원전 동물구호·사진작가 오타
"주민들 떠나 방치됐단 소식에 무작정 사료 싣고 차 몰아… 쇠줄에 묶여 죽어가던 개 구출
아직도 숲속엔 백골 천지, 주인 기다리는 동물 수천마리"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원전 주변에 살아있는 소 등 가축과 애완동물들이 추위, 배고픔과 싸우면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 동물 구호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온 오타 야스스케(太田康介·54·사진)씨가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작년 3월 30일이었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피난가면서 방치한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고양이를 키우는 그는 동물사료를 싣고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당시만 해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 원전 주변지역까지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애완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힘을 합해 방치된 고양이와 개들을 구해냈고, 동네 주변에 동물 먹이들을 갖다 놓았다. 쇠줄에 묶여 꼼짝없이 굶어 죽어가던 개를 구하기도 했다. 굶어 죽은 채 방치된 소·돼지 등 가축들의 참혹한 모습은 지옥을 방불케 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이렇게 찍은 사진을 모아 '원전 주변에 남겨진 동물들'이라는 사진집도 펴냈고 전시회도 열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보스니아 전쟁을 취재했던 전문 사진가이기도 하다.

오타씨는 매주 1회씩 지금까지 35회, 50일간 원전주변 현장을 찾았다. 일본정부가 지난해 4월 22부터 현장 접근을 엄격하게 통제했지만, 경찰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계속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찰이 모르는 우리만의 현장 접근 루트가 있다"면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도 요즘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원전 주변엔 약 50~60명 정도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지금까지 개 1500마리, 고양이 2000마리 정도를 구해냈다. 오타씨는 "현장에서 구출한 개와 고양이는 방사성 물질 검사를 한 후 새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원전주변에 접근했고 간이측정기로 시간당 329마이크로시버트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도쿄의 평소 수치보다 수천 배 높은 수치이다. 그는 "방사능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 그런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취재 때보다는 무서움을 덜 느낀다"고 했다. 그는 "건강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의 잘못으로 생긴 인재(원전사고)로 인해 동물들이 죽게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물 한모금 찾아… 원전 주변 수로에 쓰러진 젖소들 - 지난 여름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의 한 수로에 방치된 젖소를 오타야스스케씨가 카메라에 담았다. 오타씨는 지난 1년간 원전 주변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이 피난가며 버리고 간 동물 구조 활동을 하면서 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오타씨는“여전히 많은 소와 개 등이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원전 주변에서 생존해 있다”며“정 부가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원전 주변에서 찾아낸 가축을 무조건 살처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타 야스스케씨 제공
오타씨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가 굶주림과 싸우면서도 홀로 집을 지키며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눈물이 저절로 났다"고 했다. 배고픈 고양이가 닭을 잡아먹지 않고 사이 좋게 지내는 등의 불가사의한 장면들도 많이 목격했다. 그는 상당수 동물이 아사했지만, 여전히 많은 소와 개 등이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원전 주변에서 생존해 있다고 했다. 당초 3500여 마리의 소 중에 1000마리는 살아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원전사고 이후 태어난 송아지를 만나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절감하기도 했다. 눈이 내린 원전 주변지역에는 지금도 무수한 동물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사람이 떠난 마을이 정글화 되는 모습도 경험했다. 그는 "지난여름에는 사람 키만큼 자란 잡초가 주택을 뒤덮었고, 담쟁이 식물이 도로를 뒤덮어 마치 정글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오타씨는 "일부에서는 원전주변 동물들이 야생화 됐다고 분석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생존본능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과 정부가 축사 등에 남아 있던 동물 시체들을 대부분 치웠지만, 아직도 숲 속으로 들어가면 가축들의 백골이 나뒹구는 참혹한 모습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원전 주변의 가축을 무조건 도살하려는 것은 원전의 참사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