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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목은 이색의 대구(對句)

청 송 2013. 1. 7. 08:39

목은 이색의 대구(對句)

 

고려 때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중국에 들어가 과거에 급제했다.
이때 학사 구양현(歐陽玄)이 그를 변방 사람이라 하여 경솔히 여기고

글한 짝을 지어서 조롱하는 것이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왕래하느냐?

[獸蹄鳥迹之道 交於中國]˝ 하자, 목은은 즉석에서 대답하기를,
“개 짖고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오고 있다

[犬吠鷄鳴之聲 達于四境].˝ 하여 구양현을 놀라게 했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다니느냐 ?

한 것은 우리를 극도로 멸시하여, 너희들 새나 짐승같은 것들이

어찌 감히 우리 중국 땅을 더럽히느냐 하는 글이다.
그러나 여기에 화답한 목은의 시가 더욱 묘하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옵니다.
즉 이것은 우리 조선을 새나 짐승으로 취급한다면

당신네 중국은 역시 개나 닭이지 뭐냐는 기막힌 풍자였다.

구양현은 기이히 여기고 또 글 한 짝을 지었다.
“잔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니, 바다가 큰 줄 알겠도다

[持盃入海 知多海].˝ 하자,
목은은 또 즉석에서,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하늘을 작다고 하는도다

[坐井觀天 曰小天].˝ 하고 회답하니, 구양현은 크게 경탄하여 항복하고 말았다.

이때 목은과 성명이 같은 사람이 있었다.
이것을 비유해서 어느 중국 사람이 목은을 조롱하는 말로,
“인상여와 사마상여는 이름은 서로 같으나 성은 서로 같지 않네.

[藺相如 司馬相如 名相如 姓不相如]˝하자,
목은은 즉시 대답하기를,

“위무기와 장손무기는 옛날에도 꺼릴 것이 없고 지금에도 꺼릴 것이 없네

[魏無忌 長孫無忌 古無忌 今亦無忌].˝하였더니,
그 사람은 일어서서 절하면서,

“동방에는 이런 글재주가 있으니 우리가 공경하지 않을 수 없도다.”하고

목은을 자기들의 스승으로 대우했다는 이야기다.

아아! 목은의 이 세 차례의 회답한 글은 다만 대구로서만 용할 뿐이 아니라,

실로 문장과 이치가 모두 구비해서 하늘의 조화로 자연을 이루어놓은 것과

같으니 실로 그는 동파(東坡)나 그밖의 이와 대등한 여러 사람에게 못지 않다 하겠다.

     <순오지> [받은글]

출처 : 엔카 컴나라
글쓴이 : 洛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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