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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추천하는 '여수 친환경 굴' 샀더니

청 송 2013. 2. 2. 20:41

마트서 추천하는 '여수 친환경 굴' 샀더니… 몸에 좋은 채소 골라주는 채소 소믈리에가 하는 말

입력 : 2013.02.02 03:03

채소소믈리에협회 이끄는 김은경 회장
맛깔나게 요리하는 방법도 알려줘…
"된장국에 토마토를 넣어보세요 신맛 달아나 얼마나 맛있는데요"

"채소 소믈리에는 농부이고 과학자이며 요리사"라는 김은경씨. / 허영한 기자
식품, 그중에서도 와인 맛을 감별하는 사람을 뜻하는 불어 '소믈리에(sommelier)'가 채소에도 붙었다.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 맛을 감별하고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는 전문가.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에 '이색 직업'으로 등장할 만큼 요즘 떠오르는 직종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먼저 생겨 현재 채소 전문가 3만5000명이 활동한다. 도쿄에서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고 돌아온 요리연구가 김은경(47)씨가 3년 전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를 만들었다. 전문가 양성 과정을 개설해 그간 소믈리에 320여명을 배출했다.

채소 소믈리에가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오염의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신선하고 몸에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법에 관심이 많지요. 서구화된 식단으로 비만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이 생겨나면서 채소와 과일의 중요성이 높아졌는데, 그에 대한 상식은 의외로 부족한 것이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종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김씨는 20년간 가정요리연구가로 활동하면서 채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가 균형 잡힌 식단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걸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지요. 채소를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에요. 채소마다의 특성, 맛과 영양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가장 맛있게 요리해 먹는 방법을 알아야지요. 그게 채소 소믈리에의 역할입니다."

토마토만 해도 우리가 몰랐던 상식이 많다. "토마토는 제철이 여름이지만 요즘엔 겨울에도 토마토가 나와요. 그런데 같은 종자라도 겨울 토마토와 여름 토마토의 맛이 다르고, 따라서 요리법도 다릅니다. 혹시 토마토를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는 사실, 아세요? 토마토를 물에 끓이면 신맛은 날아가고 단맛이 살아나기 때문에 된장국 끓일 때 넣으면 아주 좋습니다." 양파 껍질 달인 물은 카레의 훌륭한 육수가 된다. "양파 껍질에는 지방 분해 효과가 있지요. 껍질 달인 물로 카레를 만들면 맛이 훨씬 고급스러워집니다."

김씨는 젊은 주부들이 마트에서 먹기 좋게 포장한 채소를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흙 묻은 당근과 세척한 당근의 차이는 극과 극입니다. 그 자리에서 잘라 먹어보면 맛이 전혀 다를 만큼." 마트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권하는 행태도 지적했다. "'강원도 감자'니까 무조건 좋다, '여수 앞바다 친환경 굴'이니까 사가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되거든요. 왜 좋은지, 어떤 점이 다른 지역 생산품과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지요. 유기농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 때문인지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듣는 수강생의 면면이 다양하다. 주부들은 물론, 대형마트 식재료 담당 MD들을 비롯해 특급호텔 채소 구매 담당자, 피부과 의사, 제빵제과업자, 청소년 심리 상담사도 있다. "식재료는 육체와 정신건강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7주 교육과정 중에 산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데, 엄마를 따라 왔다가 채소와 과일에 관심을 갖게 된 초등학생도 있지요. 아이들을 위한 키즈 소믈리에 과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