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외부인 퇴장"… 시스티나 성당 문이 굳게 잠겼다

청 송 2013. 3. 13. 08:30

"외부인 퇴장"… 시스티나 성당 문이 굳게 잠겼다

입력 : 2013.03.13 03:01

교황 선출 위한 '콘클라베' 시작…
교황청 대변인 "첫번째 연기는 검은색일 것 같다"

바티칸시티 이성훈 특파원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 투표회의인 '콘클라베'가 12일(이하 현지 시각) 시작됐다.

전 세계 추기경 115명은 이날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미사에 참여하며 콘클라베 일정을 시작했다. 추기경단은 미사를 마치고 오후 3시 45분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버스를 타고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했다. 성녀 마르타의 집은 콘클라베 기간 중 추기경단의 숙소로 사용된다. 추기경들은 오후 4시 45분 시스티나 성당에서 비밀엄수 선서를 했다. 이어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외부인 전원 퇴장)'라는 소리와 함께 시스티나 성당의 문이 굳게 잠겼다. 지금부터는 추기경을 제외한 누구도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갈 수 없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첫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간은 오후 8시(한국 시각 13일 오전 3시). 흰 연기는 새 교황의 탄생, 검은 연기는 투표 절차 계속을 뜻한다. 3분의 2 이상(77표)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추기경들은 숙소에서 시스티나 성당까지 약 400m 거리를 오가며 이 일을 반복한다. 흰색 연기가 나온 직후엔 '하베무스 파팜'(라틴어로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으로 선출된 교황을 발표하는 의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새 교황의 선출을 알리는데, 이번 콘클라베엔 500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 추기경(장-루이 또랑)이 이 역할을 맡는다.

성 베드로 성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 거리엔 방송 카메라를 위한 연단이 세워졌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성당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바티칸 스위스 근위병들은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교황 선출 취재를 위해 몰려든 전 세계 언론인 5600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시스티나 성당 '굴뚝'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누구를 뽑을까… 12일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앞서 전 세계 추기경들이 성베드로 성당에서 차기 교황 선출을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사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만 이날 오후부터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 콘클라베에는 추기경들을 제외한 누구도 입장할 수 없다. /로이터 뉴시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연기는 검은색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안젤로 스콜라(이탈리아), 오질로 셰레르(브라질), 마르크 우엘레트(캐나다) 추기경이 선두주자지만 결과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스콜라 추기경이 첫 투표에서 35~40표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교황청은 새 교황 선출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교황청이 바티칸 은행 부패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 은행은 개인 고객 없이 수도원 등 가톨릭 종교 단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폐쇄적 운영 때문에 자금 세탁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누가될까… 12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가톨릭 신도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추기경단이 교황 선출에 앞서 올리는 미사를 지켜보고 있다. /AP 뉴시스
가톨릭 사제와 신자 50여명은 전날 오후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 중앙 오벨리스크(첨탑) 주변에 모였다. 최근 성추문과 각종 부패에 연루된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마음에서 모인 시민들이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구도(37)씨는 "사제들의 성추문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새 교황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