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9 01:01 | 수정 : 2013.02.19 13:48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1일 오전 바티칸에서 추기경 회의를 마치며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교황은 오는 28일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AP 뉴시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생존 교황으로는 598년 만에 처음으로 오는 28일 사임하게 되면서 전임 교황이 될 그의 지위를 두고 신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가톨릭 교회법에는 전임 교황의 지위와 대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교황의 무오류성’에 관한 부분이다. ‘교황의 무오류성’이란 교황이 신자들이 지켜야 할 교리를 선언할 때 그의 행위와 언명에는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가톨릭 교회법은 749조 1항에서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최고 목자이며 스승으로서 신앙이나 도덕에 관하여 고수해야 할 교리를 확정적으로 선언하는 때 그의 임무에 의하여 교도권의 무류성(無謬性)을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신학자들은 교황이 사임한다고 해서 이전에 가졌던 무오류성이 사라질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카 가톨릭대학 켄 페닝턴 교수는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고 간주된 존재가 어떻게 오류를 범하는 존재로 바뀔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바티칸은 교황이 사임하면 교황이 가진 권한은 모두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면 더 이상 교리를 반포할 권한은 없다”면서 “무오류성은 후임 교황에게 있다는 것이 교회법 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가 사임 이후 주요 교리에 대해 현직 교황과 다른 의견을 내고 일부 신자들이 이에 동조할 경우 가톨릭 교회가 심각한 분열에 처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으로 교황직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아몬 더피 케임브리지대 교회사 전공 교수는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선언은 가장 혁명적이며 역사를 만드는 행위로서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연 것”이라면서 “교황이 사임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인해 향후 교황권의 성격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