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1세 김 중 위 지난 3월 13일 새로운 교황이 탄생하였다. 새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감동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종교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중남미지역 출신 교황으로는 처음이라든지 비유럽계의 교황으로는 1282년 만에 처음이라든지 하는 특성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교황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그동안 우리들이 보아 왔던 교황과는 달리 우리들 보통사람들의 상상 이상으로 보통사람 이상의 소박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도된 내용을 보면 우선 추기경 신분으로 로마에 도착할 때부터 다른 추기경들과는 달랐다. 다음 날에 있을 콘클라베(교황 선출)에 대비해서 묵어야 할 호텔의 선택과 체크인도 스스로 했다. 교황으로 선출되고 나서도 "묵었던 숙소에 가서 짐도 찾고 돈도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묵었던 호텔에 찾아가 체크아웃을 스스로 했다. 보좌 신부가 없지 않았을 터이나 그는 교황이 되기 전이나 된 후에나 다름이 없이 스스로가 처리했다. 77표라고 하는 과반수 득표가 점차 자기 앞으로 다가오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던가! "점점 위험수위로 다가오는군!" 그리고 교황 선출 확정이 발표되자 옆에 있는 추기경들에게 "나를 선출해 주신 이 주교들에게 하느님이 용서해 주시기를!" 하고 농담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교황으로 그가 선택한 이름만 해도 보통이 아니다. 아씨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요구했다. 가난하고 청빈한 사람들의 수호신이다. 아직까지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으로 교황명을 사용한 분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프란치스코 1세가 되었다. 그의 앞으로의 신앙적 지표와 인류에 대한 종교적 지도 이념이 무엇인가를 그가 선택한 교황명만 보아도 알 만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그의 이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원래는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다. 교황이 되기 전부터 그는 남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추기경에게 주어지는 모든 특혜를 거부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교회가 제공하는 전용 자동차를 마다하고 털털거리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평신도들 만나기를 즐겨하였다. 주택 또한 추기경을 위한 관저에서 거처하기보다는 보통사람과 같은 허름한 아파트에 살면서 스스로 요리도 하고 해진 옷도 수선하면서 청빈한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아르헨티나 신자들에게 자신을 위해 축하하러 로마로 올 돈이 있으면 가난한 이를 위해 봉사해 달라고 했을까! 평소에도 그러하였으니 교황이 된 뒤에야 얼마나 더 청빈한 생활을 할까 싶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교황이 된 직후에도 교황용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이용하여 숙소로 갔다고 한다. 부활절에 보여준 그의 행보는 평범한 우리네들에게까지도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가 보여준 세족례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기 전날 밤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한 다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 들판 길을 맨발로 돌아다녔을 제자들이니 그 발인들 오죽이나 더러웠을까! 바로 그 더러운 발을 예수가 씻어 준 것을 기념하여 세족례(洗足禮)가 생겼다고 한다. 이 세족례를 위해 교황은 소년원을 찾아갔다. 소년원은 고아원이 아니다. 아직 성년도 안 된 녀석들이 범죄행위를 한 대가로 수용된 상태에서 공부하는 곳이다. 그곳을 찾아가 2명의 소녀와 2명의 무슬림 신자의 발을 씻어 주었다. 그리고 서서히 흰 수건으로 발을 닦아 준 다음 한 사람 한 사람씩의 발 위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얼마나 눈물겨운 정성이며 얼마나 깊은 감동인가? 어느 무슬림 교도가 로마의 교황이라 하여 돌을 던질 것이며 어느 소녀가 자신의 발을 씻어 주고 입 맞춰 준 교황에 대해 율법에 어긋난다고 여길 것인가! 교황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문자 그대로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다. 가톨릭 신앙을 지녔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모름지기 지도자라 한다면 바로 저러해야 하지 않나 싶다. 본받아야 할 전범(典範)이다. 농암 김중위/시인.수필가.前 환경부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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