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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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는 애잔하고 가슴이 멍멍하고 자랑스롭고 대견한감정이 교차하는 하루를 보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 선수가 소치올림픽에서 무(無)결점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선수 생활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한는 것을 지켜보았다. 김연아는 20일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얻어, 하루 전의 쇼트프로그램 74.92점을 합친 총점 219.11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선 1위에 오르고도 결국 금메달을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선수에게 넘겨준 사실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스포츠 차원을 넘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환상적인 피겨 연기는 이번에도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4시 가까운시간에
마지막 순서로 펼친 그의 연기와 함께, 경기 직후의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그가 온몸을 태극기로 감싼 채 밝게 웃는 모습 등을 밤을 꼬박 새면서 TV 중계로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에겐 더더욱 큰 감동의 한 편으로 안타까움도 교차했음은 물론이다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무결점으로 완전했으면 중국 웨이보는 天衣無縫이라 극찬했겠는가? 미국의 전설인 미셀 콴, 독일의 전설인 비트같은 전문가도 이번 판정에 동의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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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김연아는 경기 안팎에서 두루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국내외 전문가와 각국 언론이 심판진의 편파 판정을 지적하는데도, 정작 그는 깨끗이 승복했다. 프랑스의 어떤 신문은 ‘심판진 스캔들’이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미국의 한 신문은 “피겨 역사상 가장 의문시되는 판정”이라고 비판했지만, 김연아는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그는 “1등은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려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며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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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된 여왕 김 연아
그의 올림픽 2연패(連覇) 도전이 성공했다면 피겨 종목에선 26년 만의 일이었던
사실에서도 드러나듯이 현대 피겨는 변화와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최정상에 계속 오르기는 지극히 어렵다. 이를 잘 알면서도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또 도전했기 때문에 그가 거둔 ‘유종(有終)의 미(美)’는 더 값지다. 그 도전 또한 ‘고통 없이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No Pain, No Gain)이라는 격언을 좌우명으로 삼아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기록을
비롯해 세계 피겨 역사를 거듭 새로 써오는 과정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은메달 확정 직후 축전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은 모든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며 “전 세계인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찬사를
보낸 배경도 다르지 않다. 김연아 선수의 도전 정신과 수고, 성실성과 성취 등에 거듭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그를 이을 후배 선수들이 길를 열어준것에 우리국민은 거듭감사한다. 이제 그의 킷(Kids)들이 그 감동을 재연하기를 기대한다.
다음 오림픽은 평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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