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런던 2012]진종오만 특별히 비즈니스석, 이유 알고보니…

청 송 2012. 8. 6. 09:58

 

[런던 2012]진종오만 특별히 비즈니스석, 이유 알고보니…

진종오 “오직 성적으로 말하겠다”… 자기 관리 철두철미
1.6점 뒤지다 마지막 한발로 0.5점차 역전… 한국 10번째 金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지난달 20일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한국 남자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33·KT)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 퍼뜩 생각이 미쳤다. ‘왜 진종오는 비즈니스석에 앉아 있는 거지.’

당시 런던으로 가는 대한항공기에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 종목 출전 선수와 감독이 꽤 많았다. 그런데 당시 비즈니스석에 앉았던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바로 진종오와 변경수 사격 총감독이었다.

○ 비즈니스석의 진종오
뉴스이미지 진종오 50m 권총 2연패 환호 1 2 3 사진 더보기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단의 좌석은 기본적으로 이코노미석이다. 변 감독은 몸이 불편해 개인 비용으로 차액을 부담했다. 비즈니스석 가격은 이코노미석의 3배가량 된다. 진종오의 경우엔 소속팀인 KT에서 부담을 했다. 진종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진종오가 비즈니스석을 타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다. 올 초 프레올림픽 출전을 위해 런던에 다녀온 진종오는 “유럽까지 이코노미를 타고 갔더니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고 회사에 얘기했다. 당시 분위기는 ‘뭐 이런 애가 다 있어’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두 편으로 갈렸다고 한다.

다음 대회인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은 독일 뮌헨에서 열렸다. 진종오는 이 대회부터 비즈니스석을 탔다. 부담스러울 만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대회에서 진종오는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2관왕에 올랐다.

○ 실력도 대우도 프로

사격 감독 코치들은 진종오에 대해 “(진)종오는 프로 중의 프로”라고 입을 모은다.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뒤에도 더욱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만의 자기 관리와 절제에 모든 사람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진종오는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정말 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는다. 올해 대표선발전을 앞두고도 그랬다. 평소에는 간간이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지만 아예 술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진종오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날 집에서 아내와 맥주 2캔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서 뻗어 버렸다”고 했다. 차영철 KT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자신을 절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오가 젊은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건 그런 이유”라고 했다.

진종오는 열심히 한 만큼 프로 선수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다. 대부분의 실업 선수들과 달리 진종오는 KT와 연봉 계약을 한다. 좋은 성적을 내면 더 많은 돈을 받고, 그러지 못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것이다.

[채널A 영상] 사격계 대스타 탄생…진종오, 어떤 사람일까

○ 대역전극으로 이룬 2관왕과 2연패

5일 열린 런던 올림픽 남자 50m 결선에서 진종오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본선에서 562점을 쏜 진종오는 5위로 결선에 올랐다. 본선 1위 최영래(30·경기도청)와는 무려 7점 차였다. 10발을 쏘는 결선에서 7점 차를 뒤집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최영래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들쭉날쭉하는 사이 진종오는 착실히 점수 차를 좁혔다.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둘의 점수 차는 1.6점. 먼저 격발한 최영래가 8.1점에 그친 뒤 진종오는 10.2점을 쏴 0.5점 차의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우승에 이어 대회 2관왕이자 이 종목 올림픽 2연패였다. 진종오는 우승을 확정지은 후 은메달을 딴 아쉬움에 눈물을 터뜨린 후배 최영래를 꼭 안았다. 하지만 이날 승자와 패자는 따로 없었다. 경기가 열린 런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 2개의 태극기가 나란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