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런던 2012] 이 소녀의 꿈이 보이나요

청 송 2012. 8. 9. 10:10

 

[런던 2012] 이 소녀의 꿈이 보이나요

입력 : 2012.08.09 03:50 | 수정 : 2012.08.09 07:28

5세 때부터 리듬체조 손연재, 첫 톱10 새 역사 쓸까… 오늘 예선
독한 요정 - 런던까지 온 엄마 안 만나고 체중 45㎏, S라인 유지 위해 과일만 먹거나 아예 굶기도
결선 진출이 목표 - 리허설 성공적으로 마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8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을 대비해 훈련 중인 손연재. /연합뉴스

“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예선 경기를 이틀 앞둔 7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 실제 경기와 똑같은 상황의 포디움 트레이닝을 마친 ‘요정’ 손연재(18·세종고)는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연재는 지난 2년간 심리 상담을 맡아준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에게도 문자를 보내 ‘선생님, 이제 할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했다.

손연재는 생애 첫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개인종합 12위에 오른 신수지(21)의 역대 최고 성적을 넘어 24명 중 상위 10명이 진출하는 결선까지 가겠다는 각오다. 일단 결선에 진출하고 나면 10명이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내친김에 메달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손연재는 9일 오후 8시(한국 시각)부터 후프와 볼 예선, 10일 오후 8시부터 곤봉과 리본 예선을 치른다. 결선은 11일 오후 9시 30분 시작한다.

1차 목표는 10등

다섯 살 때 처음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어려서부터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였다. 국내 대회를 휩쓴 것은 물론이고 2010년 국가대표로 발탁되자마자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2011년부터는 ‘리듬체조 여제’ 예브게니야 카나예바(22·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최강 러시아 대표팀이 훈련하는 노보고르스크 센터에서 전지훈련을 했고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2010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전 종목 24~25점대로 32위를 기록했던 손연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6~27점대로 11위에 오르며 올림픽 티켓을 자력으로 따냈다. 올해는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대회에 5번 출전해 전 종목 28점대까지 끌어올렸다. 종합 순위로 4위에 오른 적도 있다.

전 세계 ‘에이스’들이 총출동해 올림픽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지난달 민스크 월드컵에서는 개인종합 9위를 기록했다. 10명이 오르는 올림픽 결선 진출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김지희 코치는 “리듬체조 불모지인 한국의 선수가 카나예바 같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와 함께 결선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2002년 여덟 살 손연재가 한 대회에서 곤봉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손연재는 어릴 때부터 깜찍한 외모와 밝은 표정으로 심판들의 눈을 사로잡는 유망주였다. 손연재는 9일‘꿈의 무대’인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예선 경기에 나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에 도전한다. /IB스포츠 제공

연재의 ‘리듬’은 최고조

지난달 21일 영국에 도착한 손연재는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런던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셰필드에 짐을 풀었다. 북적이는 런던을 피해 한적한 셰필드에서 하루 8시간씩 현지 적응 훈련을 이어갔다. 지난달 말엔 인근 주민들을 모아놓고 실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리허설을 해 큰 실수 없이 마쳤다.

손연재는 경기를 사흘 앞둔 6일 드디어 런던에 입성했다. 리듬체조 경기가 열리는 웸블리 아레나에서 5분 거리의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주위의 시선이나 환경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장을 오가기 위해서였다.

손연재는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틀 전 런던에 도착한 어머니 윤현숙(44)씨와도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 자신을 리듬체조의 길로 이끈 어머니는 손연재에게 각별한 존재이지만 “부담감을 느낄 것 같다”며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있다.

닭고기도, 바나나도 안 돼

대회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손연재를 힘들게 해온 체중 조절은 더욱 가혹해졌다. 리듬체조 선수들의 체지방(5%)은 일반 여성(20%)의 4분의 1 수준이다. 점프와 회전 동작이 많아 몸이 무거우면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가는 데다, 몸이 그려내는 선으로 우아한 연기를 선보이려면 체중 조절은 필수다.

손연재는 지난달 영국에 도착한 뒤로는 세 끼 모두 요구르트, 과일, 수프로만 배를 채운다. 가끔 먹던 닭 가슴살도 완전히 끊었다. 하루에 두 번씩 몸무게를 재고 조금이라도 체중이 늘면 아예 굶으면서 훈련을 소화한다.

문대훈 대리는 “바나나를 한번 가져다줬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먹지 않더라”고 했다. 키 166㎝의 손연재는 현재 자신이 연기를 펼치는 데 최적의 몸무게인 45㎏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