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06 03:07 | 수정 : 2012.08.06 14:10
영국 언론 최우수 선수 선정… 영어로 인터뷰도 해 인기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을 메운 7만 관중의 시선이 일제히 한국의 다섯 번째 키커에게 쏠렸다.기성용(23·셀틱)이었다. 그가 승부차기 슈팅 준비를 하자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영국팀 골키퍼 잭 버틀런드(19·버밍엄)는 두 팔을 벌리고 혀를 길게 내밀며 기 싸움을 걸었다.
- 올림픽 4강 진출을 마무리한 것은 기성용의 발이었다.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골을 성공시킨 후 골 세러모니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기성용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못 넣어도 한 번 더 기회가 돌아온다. 부담없이 차자'라고 되뇌며 강하게 킥을 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문 왼쪽 구석에 꽂혔다. 한국 올림픽 남자 축구 사상 첫 4강 진출을 결정짓는 통렬한 한방이었다. 기성용은 환호하는 동료와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기성용은 주전 골키퍼 정성룡의 부상으로 갑자기 투입된 이범영을 '승부차기의 신데렐라'로 띄웠을 뿐 아니라 그동안 부진했던 지동원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전반 29분 상대 진영 왼쪽으로 넘어오는 공을 잡지 않고 '원터치'로 지동원에게 밀어줬다. 수비가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정확하고 감각적인 연결이었다. 지동원은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영국 언론들은 수훈선수로 기성용을 지목했다. 골닷컴은 기성용에게 4.5점(5점 만점)의 평점을 주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세트 피스에서 위협적인 볼을 공격진에 연결했고, 수비수들을 아주 잘 도와줬다. 볼 다루는 기술도 아주 좋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생중계를 했던 BBC도 경기 내내 기성용의 몸놀림을 칭찬했다. 침착한 완급 조절, 영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뒤지지 않은 점을 칭찬했다.
기성용은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참가하지 않고 본선에 합류했다. '무임승차'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스위스와의 예선 경기에선 상대 수비수의 팔꿈치에 오른쪽 광대뼈를 얻어맞고 쓰러지기도 했다. 그는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끝까지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기성용이 스코틀랜드리그에서 몸싸움 기술을 제대로 배웠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씨는 현지 취재진에 "베이징올림픽 때는 성용이가 너무 어려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아쉬웠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청소년기에 호주에서 축구 유학을 했고, 스코틀랜드에서 4년째 뛰어 영국식 영어에 익숙하다. 기성용이 경기가 끝날 때마다 현지 취재진과 영어로 인터뷰하는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